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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트렌드 2] MZ 사로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흥행 돌풍 일으킨 비결은?

무교 MZ들 열광시킨 뉴진스님과 ‘부처핸접’ 공연

AI 부처님의 고민상담소 등 세대 공감의 장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불교문화 축제인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이하, 불교박람회)’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렸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 박람회의 사흘간 누적 방문객은 약 1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방문객의 80%가 2030 MZ세대였는데 이는 불교계에서 전례가 없던 일. 한 마디로 대박이 났다.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알아본다.

뉴진스님(코미디언 윤성호 씨)이 디제잉 공연 ‘극락왕생’을 선보이고 있다. / 출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불교박람회의 유의미한 변신

불교박람회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며 2013년에 처음 열렸다. 불교박람회는 불교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모은 ‘붓다아트페어’도 함께 진행해 왔다. 초기에는 불교예술, 생활, 장례, 건축, 사찰음식 등의 전시와 작가 소개에 중점을 두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 왔다. 특히 사찰음식을 문화상품으로 브랜딩하고 불교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대중의 라이프스타일과 해외 교류에 집중하며 명상, 웰니스, 그린 라이프 등 현대인의 관심사와 불교를 연결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불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박람회를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과 발길을 끌어낼 만큼의 매력은 다소 약했다. ‘종교 박람회’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예상되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선입견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았다.

불교계는 이번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박람회를 붐업(boom up)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박람회의 슬로건을 ‘재밌는 불교’로 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이는 전통적인 불교문화에 젊은 감성을 입히자는 의미로 정한 주제였는데,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불교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따라서 박람회 포스터와 입장 티켓도 감각적이고 귀여운 그래픽 요소로 디자인해 젊은 세대에게 어필되도록 준비했다. 행사 프로그램도 젊은 층을 겨냥해 친근하면서도 ‘힙’한 구성으로 알차게 꾸몄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콘셉트는 제대로 먹혔다. 2030 MZ세대 사이에서 ‘세상 힙하다’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행사장은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MZ세대를 겨냥한 젊은 감각의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공식 포스터와 입장 티켓의 모습 / 출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세상 힙한 불교에 ‘불며든’ MZ

이번 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뉴진스님(NEW 進, 새롭게 진하다)’의 디제잉 공연이었다. ‘부캐(부 캐릭터, 副 Character)’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윤성호 씨가 승복을 입은 채 무심한 듯 헤드셋을 쓰고 EDM이 입혀진 불교 찬불가에 맞춰 신명 나는 공연을 펼쳤다. 도입부에서 “옴옴”하는 전자음악에 맞춰 불교 진언을 염불처럼 외다가, 합장한 두 손을 하늘로 찌르며 “번뇌를 견뎌내면 극!락!왕!생!”,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을 외치면서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이를 본 관객들 역시 너도나도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극락도 락이다’, ‘이 또한 지나리’ 같은 재치 있는 플래카드도 눈길을 끌었다.

불교박람회에서 ‘디제잉 공연을?’ 싶지만 뉴진스님 디제잉의 핵심은 재미와 공감이었다. 그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는 ‘극락왕생’의 가사에서도 드러난다. “월급이 안 올라서, 내 주식만 떨어져서, 친구가 잘나가서, 미래가 안 보여서 고통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을 할 것.” MZ의 마음을 십분 읽어주는 메시지에 MZ들은 열광했고 SNS에 빠르게 퍼 날랐다. “불교가 이렇게 깨어있었나?”, “재밌네, 나도 한 번 가볼까?”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절로 바이럴 마케팅이 됐다.

젊은 층이 행사장을 많이 찾은 만큼 불교 관련 굿즈도 불티나게 팔렸다. ‘깨닫다’ ‘번뇌 멈춰’ 같은 불교 ‘밈’이 프린트된티셔츠부터 불상, 팔찌, 싱잉볼 등 불교 관련 굿즈가 부스마다 완판되었다. 이러한 인기로 ‘불며든다’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00~ 스며든다’라는 유행어에 ‘불교’를 조합한 표현이다. 불교박람회가 물질만능주의와 무한경쟁, 그리고 도파민 중독에 지친 MZ세대에게 잠시나마 재미와 공감, 위로를 제공하며 ‘불며들게’ 만든 것이다.

 

시대와 세대를 읽은 참신한 기획력

이번 불교박람회에서는 AI 시대를 반영해 첨단 기술도 선보였다. 특히 ‘AI 부처’라는 ‘암곡 마애부처님 고민상담소’가 방문객들에게 화제였다. 이 AI 부처는 챗GPT 기술을 활용해 고민을 입력하면 불교 경전을 학습한 AI가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비대면에 익숙한 MZ세대에게 AI 부처는 그야말로 인기 만점이었다. 물론, 면대면으로 스님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총무원장 스님과 청년들이 함께 하는 ‘나만의 건강한 습관’ 프로그램에는 아이돌 하이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명상법, 한국 전통·불교미술, 의류, 건축, 차, 도서 기획전 등 다양한 불교문화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이처럼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파격적인 기획과 다채로운 행사로 역대급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들이 주말 관람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오픈 런도 불사했다는 것이다. 이들 청년층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업이나 브랜드가 꼭 붙잡고 싶어 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세대다. 그만큼 까다롭고 잡기 어려운 세대이기도 한데 불교박람회가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일각에서는 신앙의 순수성과 본질을 희석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편에선 불교계가 시류를 제대로 짚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MZ세대의 종교에 대한 편견 없음, 실용성 중시, 경험과 취향 중시라는 특성을 불교계가 간파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시 기획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그동안 외면받았던 분야가 어떻게 세상 밖으로 환하게 드러났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참신한 전시 기획과 마케팅으로 세상을 좀 더 즐겁고 이롭게 만드는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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