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빌리티쇼 & H2 MEET 두 사례를 통한 전시업계의 DX
글 ┃박영균 수석위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전시사업실
전시업계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일명 DX)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시회와 메타버스(Metaverse)의 융합도 거듭 시도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2015년 최초의 버추얼 전시회였던 서울모빌리티쇼의 디지털 혁신을 시작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국을 지나 현재까지의 전시업계 디지털 전환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전시업계의 DX 현황 및 시사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전시회와 메타버스의 융합
메타버스란 용어는 ‘메타(가상과 초월을 의미)’와 ‘유니버스(세계, 우주를 의미)’를 합성한 신조어로,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 용어는 2010년대 들어 가상환경 및 VR 기술의 발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활동의 활성화로 인해 더욱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현대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공간에 대한 가능성은 제페토, 포트나이트, 로블록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을 전시업계로 돌려보자. 전시산업에서 가장 유명한 CES와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도 메타버스의 적용을 시도했으나, 2021년 코로나 시국에 오프라인 전시가 불가능해지자 100% 온라인 전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는 온라인 체험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와 같은 완전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전시회와 메타버스가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고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시장이 이커머스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와 같은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이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업계에서의 메타버스 도입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0년대에는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가상 전시회가 일시적인 유행을 끌었으나 높은 비용과 낮은 효과로 인해 금방 사그라들었다. 다행히도 필자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근무하며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새로운 기술 시도를 장려하는 문화 덕분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우리 협회에서 사용해 본 다양한 메타버스 및 디지털 클론 기술과 그것들이 전시에 어떻게 접목되었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는 미래의 전시회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초의 버추얼 전시회: 서울모빌리티쇼의 디지털 혁신
협회에서 처음으로 AR/VR을 도입한 것은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였다. 당시에는 아직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통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분위기와 차량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업체가 없어 미국의 GES*와 협력하여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사용자들은 마우스 클릭이나 카메라 조작을 통해 전시장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으며, 이는 당시의 혁신적인 VR 기술로 실현되었다.
* GES(Global Experience Specialists: 미국소재 모터쇼 및 CES 운영대행사)
2017 서울모터쇼 버추얼 전시
하이브리드 전시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시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전시회는 오프라인 전시의 혜택과 온라인 접근성을 결합하여 참가자와 업체 모두에게 효율적인 전시 효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 협회는 특히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을 채택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시회 및 콘퍼런스를 성공적으로 중계했다.
(왼) 2023 H2 MEET 오픈 스튜디오 / (오) 2022 H2 MEET 라이브 스트리밍
본격적인 전시회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도입
그래도 갈증이 풀리지 않던 차에 마침 한 메타버스 개발사와 연결이 되었다. 이 개발사도 전시회를 디지털 클론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던 차라 메타버스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2023 서울모빌리티쇼’ 메타버스가 개발됐다. 행사 개요, 부대 행사 안내, 찾아오는 길, 게시판, 도면, 참가업체 리스트 등의 웹사이트 기능을 통합하고 여기에 메타버스 전시장, 티켓 구매 및 입장(QR 코드 스캔), VR 전시 등을 추가해 현실과 가상의 융합 경험을 제공했다.
당초 개발기획은 모든 업체를 실제 오프라인 전시와 똑같이 디지털 클론화하는 것이었는데, 전시회의 가장 메인 기업인 완성차 업체들의 저작권 및 데이터 보안 문제로 인해 일부 콘텐츠는 제외되었다. 다소 아쉬웠으나 동시접속 최대 약 1만 명 정도의 트래픽을 끌어낸 결과에 만족했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메타버스
H2 MEET의 메타버스 활용: 교육적 접근
이어서 ‘2023년 수소산업전시회, H2 MEET’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미래 수소 도시를 구축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이 플랫폼은 메타버스 전시 기능에 추가로 수소 생산, 운송, 활용 방법 및 관련 기업들을 소개하면서 수소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2023 H2 MEET 수소시티
메타버스의 목적과 구현: B2B와 B2C의 효과적인 분리
메타버스를 통해 행사를 진행하면서 B2B와 B2C 각각의 목적에 맞춰 그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서울모빌리티쇼와 같은 B2C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주로 차량 정보를 원하기 때문에 티켓 구매, 입장 및 차량 사양 확인과 같은 기능이 강조됐다. 이 전시회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제품 정보를 얻고, 관련 거래(이커머스 기능)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로 설계 및 기획되었다. 따라서 전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비자 참여와 상호작용을 유도하며, 커머스(Commerce)로써 메타버스 플랫폼의 근본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
반면, H2 MEET와 같은 B2B 행사에서는 전시 참가업체와 도면 정보보다 미래 수소 도시와 관련된 교육적인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H2 MEET 전시회는 해외 정부 및 관련 수소 기업들과의 네트워킹과 한국의 수소 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 수행에 목표를 두며 기획되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이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지원과 육성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차이점을 구분해 각각의 메타버스 세계는 참여자들의 목적에 맞춰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여 참가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소화하고 필요한 연결을 맺을 수 있게 구성되었다. 각각의 행사 본연의 목적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메타버스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활용해 제공하면, 참가자들에게 매력적인 가치를 전할 수 있으며 전시 주최자는 참가자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는 전시회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중요한 단계로, 앞으로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이러한 방식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전시회의 디지털 전환에 지속적 관심과 지원 필요
전시 메타버스는 그 잠재력과 도전 과제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메타버스가 제공할 풍부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는 전시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창의적이며 경제적인 전시 기획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적인 문제와 비용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와 고객 만족도는 분명히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전시 메타버스의 장점을 재조명하고 이에 따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협회 내부 관계자분들과 개발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전시 메타버스의 장·단점
◆ 장점
시간, 공간, 언어의 제약이 없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전시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있는 이들이 실시간으로 전시를 경험하고,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심지어 상담까지 이어질 수 있어 비즈니스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전시 방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며 메타버스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다.
데이터 활용의 마케팅 가능성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얻은 사용자 데이터는 방문자의 행동 패턴, 관심사, 상호작용 내역 등을 분석할 수 있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데이터는 전시 주최자에게 어떤 부스와 제품이 인기가 있었는지, 어떤 섹션이 덜 주목받았는지 등을 명확히 보여주어 향후 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아카이빙 기능
메타버스는 전시가 끝난 후에도 그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아카이빙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전의 전시 내용을 손쉽게 회상하고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전시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이 기능은 기존의 단순 저장 기능을 넘어 전시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전시 기획의 가능성
메타버스는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창의적이고 독특한 전시를 기획할 수 있게 한다. 가상 공간에서는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도 실현 가능하며(마치 H2 MEET의 수소 도시처럼), 이는 전시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단점
높은 비용
메타버스의 구축과 유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기술 개발과 유지에만도 수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고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은 특히 전시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전시 주최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중소 전시 기획사는 시도조차 어렵다.
결정권자 설득의 어려움
높은 비용과 기술적 제약 때문에 메타버스 도입을 결정하는데 있어 내부 결정권자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특히, 정기적으로 리더십이 변경되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얻기가 더욱 힘든 경우가 많다.
참가업체의 협조 부족
메타버스 전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참가업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데이터 제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이 보안 우려나 내부 정책으로 인해 필요한 정보 제공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메타버스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의 전문성 부족
아무리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그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영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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