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노력할 것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로 전시산업 발전을 도모할 터
지난 7월 12일 한국전시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는 제80차 이사회를 열고 장혁조 신임 상근부회장을 선임했다. 장 상근부회장은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입부 이후,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표준정책과장, 제품시장관리과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전시산업 발전을 위해 대내외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회원사의 권익 증진에 힘쓰는 한편, ‘열린 마음으로 산업계와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흥회 장혁조 상근부회장
Q 취임 소감을 말씀해달라.
A 30년 동안 정부에서 국가표준, 제품안전 등 기술정책 분야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전시산업의 일원이 되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진흥회에 와서 지내다 보니 전시회와의 인연이 속속 생각난다.
미주(美洲)와 유럽의 전시회에 여러 번 참관한 기억도 있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 체결 이후 그 성과를 홍보하는 전시회였다. 한미 협상에서 담당했던 무역기술장벽(TBT) 분과의 부스를 운영했으며, 부스 내에 무역기술장벽을 설치하고 장벽이 갈라지는 나름의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시현했다. 하나의 인증으로 국가 간 교역이 가능한 세계를 의미하고자 했다. 시청각 효과와 함께 장벽이 해소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호응해 주었다. 다만 VIP 관람 동선에서는 제외되어 내심 아쉬웠다. (웃음)
낯선 분야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앞으로의 3년이 무척 기대된다. 한편 전시산업 발전은 물론, 진흥회의 성장에도 나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다소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임기를 시작하게 된 손수득 회장님과 긴밀히 소통하며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노력하겠다.
Q 취임 이후 마주한 전시산업의 이미지는?
A 가장 먼저 전시업계 관계자분들을 만났다. 업계에서 생각하는 전시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국내 전시산업을 이끌어 온 그분들의 노력과 역경, 성취감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업계의 구조, 정부와 민간의 역할, 국내·외 전시산업 현황 등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전임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노고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시산업과의 첫 만남에서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이라는 상반된 면도 느꼈다. 전시회는 최신 정보와 미래 기술을 교환하는 비즈니스의 장일뿐만 아니라 수출, 내수, 관광 등 경제적 효과도 낳는다. 또한 문화 그리고 나아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이 있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추구하며 지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만 전시업계에 대해 대외적인 인지도가 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지인을 만나며 전시산업과 전시회에 관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설명하는 내공이 부족해서 그분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전시업계의 중요성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시산업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앞으로 전시업계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될지 무척 기대된다.
Q 국내 전시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정부 관계자와 업계 종사자 등 모든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대표 할 수 있는 글로벌 대형 전시회’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국내 전시회의 대부분은 중소형 규모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형 전시회의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사 품목의 중소형 전시회가 중복, 개최되고 소규모 전시회는 난립하는 것과도 연관된다.
전략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전시회의 대형화 추진 등이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지정한 12개의 초격차 첨단산업 분야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 전시회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전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 전시업계의 자생력 강화 역시 중요한 문제다. 국내 전시회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전시사업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러한 연유로 지역전시회의 수요가 제한적이고, 전시산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전시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고유한 산업과 전시장별 특성에 맞는 전시회를 개최하여 지역 참가기업의 글로벌 무대 진출의 발판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전시회가 해당 지역 주요 산업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전시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일찌감치 전시 시설이 조성됐던 수도권과는 달리, 비수도권의 전시장은 현재도 신·증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31년까지 10개의 신규 전시장 건립을 통해 전시 면적이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중·소형 전시장 위주의 공급이라는 점에서 지역별 불균형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시장 개장 이후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부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전시장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논의 중이다. 장기적 관점의 전시장 수급 계획도 검토해야 한다. 이 외에도 전시장 운영의 경제성, 지역 기반 시설과의 연계성 제고 등 업계 내 다양한 현안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Q 새로운 구상이 있다면?
A 전시산업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국내 전시회 개최지원 및 전시기반구축 등 주요 사업은 앞으로도 내실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 그 외 거창하지는 않지만 전시산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진흥회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
첫째, 전시산업계는 현재 높은 이직률로 새로 유입되는 직원들에 대한 직무교육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따라서 진흥회는 현재 수행 중인 전시업계 종사자에 관한 직무교육을 필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프로그램으로 강화하고자 한다. 빠르면 ’25년 하반기부터 개편 운영할 계획이다.
둘째, 전시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신규 참가업체의 지속적인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및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의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국내 강소 기업들을 전시회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셋째, 산업부 및 유관기관 등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마케팅 지원을 위한 해외전략전시회(가칭)의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 아울러 진흥회가 전시산업 지원을 위한 고유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의 수익구조 개편 여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Q 리더십 스타일이 궁금하다. 조직 운영 방향은?
A 조직마다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직장생활에서 최고의 아부는 함께 하는 주량(酒量)이나 현란한 립 서비스가 아닌 양질의 업무 수행 능력이라는 사실이다. 조금 우습지만 우리 직원들의 아부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고민을 한방에 정리한 계기가 있었다.
진흥회 취임 전후로 공직을 먼저 퇴직한 여러 선배를 만났을 때다. 선배들의 많은 조언 중 일관된 의견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일상적인 업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나서서 애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무보다 숲을 보고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필요한 일에 집중하라는 얘기였다. 물론 말처럼 간단치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웃음)
진흥회는 매우 젊은 조직이다. 직원들의 분위기도 밝고 발랄하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진흥회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젊은 조직의 장점인 ‘유연성’과 ‘혁신성’을 잘 살려 나가려 한다. 개인적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호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직원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큰 그림으로 다가서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Q 끝으로 회원사와 전시업계에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A 진흥회는 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며,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민간이 개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전시산업 기반 조성 등 공적 성격의 역할을 맡아, 전시 인프라 확충과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통계, 인증, 교육 등의 업무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와 민간을 잇는 가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진흥회는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함으로써 균형 있는 정부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경청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주최사, 전시디자인과 서비스 등 네 가지 사업자의 입장을 조율하고, 이들이 하나가 되어 전시산업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진흥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흥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업계 종사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리며, 언제든 진흥회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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