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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1]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산업의 거울, 전시

국·내외 사례 중심으로 알아보는 뜨고 지는 전시회

업계의 최신 트렌드와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정보의 장


글┃홍주석 팀장

수원컨벤션센터 마이스사업팀


전시회는 산업의 트렌드와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산업의 거울’로 불린다. 전시회를 통해 최신 기술과 제품이 공개되고, 업계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이 제공된다. 성공적인 전시회는 최신 트렌드와 혁신적인 기술을 반영해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많은 수의 참관객이 몰리는 반면, 실패한 전시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콘텐츠와 낮은 참여율로 인해 관심과 영향력이 감소하기도 한다. 다양한 국내외 전시회 사례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해 본다.


출처 수원컨벤션센터


대만,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4’에서 드러난 업계 위상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4’에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Jensen Huang)과 반도체 업계의 주요 거물들이 집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4(이하, 컴퓨텍스)’는 26개국의 1,500여 개 기업이 4,500여 개의 부스를 꾸렸고, 나흘 동안 총 8만 5,179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러한 대만 컴퓨텍스의 흥행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시장에서 대만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대만을 대표하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만은 이러한 호황세를 이어가기 위해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인 TSMC의 생산 거점이자 대만의 제2의 도시 ‘타이중(Taichung)’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TICEC)를 건립 중이다.

최근의 반도체 관련 트렌드를 살펴보면,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패키징 기술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반도체 미세화에 한계가 찾아오면서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의 절대 강자이자 높은 패키징 기술력을 가진 TSMC가 급부상한 이유다.


수원,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초점 맞춘 전시회 개최

다음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살펴보자.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하고 전국 반도체 업계 종사자의 90% 이상이 근무하는 경기 남부 지역의 중심인 수원에서는,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후공정 업체를 주 참가사로 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장비·재료 산업전 2023(Advanced Semiconductor Packaging Show)’을 지난해 개최했다.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회는 이에 따라 반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개최됐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산업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성균관대학교, 아주대학교 등 공공기관과 대학들도 다수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후공정을 전문으로 처음 개최한 전시회인 만큼 삼성전자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우수한 패키징 기술을 알리기 위해 대거 참가했고 총 91개 사의 276개 부스, 8,296명이 참가했다. 올해에는 ASMPT, Resonac의 임원들이 연사로 참여하고 늘어나는 반도체 인력 수요에 발맞춰 잡페어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는 전시회를 통해 산업의 트렌드와 미래, 신제품과 첨단 미래 기술을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개최 장소와 참가 규모, 글로벌 기업과 주요 인사의 참가 여부에 따라 국가 간, 기업 간의 기술 패권과 파트너십 구축 등 산업의 다양한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국, CES로 보는 뜨는 전시회와 지는 전시회의 차이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한해의 테크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거대한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소비자 가전 업체들이 기업의 미래상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경연장이자, 이제는 자동차와 모바일은 물론 스타트업 업계까지 아우르는 독보적인 종합 테크 전시회가 됐다. 올해 개최한 CES에는 4,000개 이상의 기업, 약 13만 명 이상의 참관객과 미디어가 방문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CEO, 지멘스 회장, 로레알 그룹 CEO 등 글로벌 빅샷(Big shot) 거물들이 연사로 또는 참관객으로 방문하면서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한때 CES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였던 ‘CeBIT(Center for Bureau, Information, Telecommunication, 일명, 세빗)’은 상황이 달라졌다. CeBIT의 경우 2018년에 98개 국가가 참가하면서 순 전시 면적이 10만㎡가 넘었고 참가업체 2,800개, 참관객 12만 명, 54개국 저널리스트 2,150명이 참석하는 등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세계적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의 CES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Mobile World Congress)’의 급성장과 달리 CeBIT은 빠르게 쇠퇴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정점을 찍었던 CeBIT은 2017년에 전시 면적과 참가업체는 약 60%, 참관객은 약 80% 정도 감소하고 말았다.

이는 시장의 중심이 북미와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유럽 지역 전시회들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다른 전시회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CeBIT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해당 분야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기술 경연장으로 발전한 CES, MWC와 달리 CeBIT은 이미 바이어 대상 구매 상담 시 소개된 제품과 기술을 대상으로 해, 포괄적인 주제로 일관한 점도 한몫했다.

이처럼 기술 트렌드와 시장의 무게 중심 변화에 따라 전시회의 명운이 갈리고 주최사의 주제 선정, 참가사·참관객 관리 전략에 따라 전시회의 향방이 결정되기도 한다.


부산, 부산모빌리티쇼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 제시

‘부산모터쇼’는 올해 ‘부산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변경하고,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11일간 총 61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는 2년 전보다 약 13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세계적으로 모터쇼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부산모빌리티쇼는 ‘서울모터쇼’와 함께 모빌리티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친환경, 전기차,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접목한 미래형 자동차를 공개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미래 자동차와 로봇, 도심 항공 등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편, 이제 내연기관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였던 ‘제네바 모터쇼’도 119년 만에 문을 닫는다. 1905년 처음 열린 제네바 모터쇼의 전성기에는 120여 개의 자동차 및 관련 업체와 1만 명이 넘는 취재진, 6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대규모 모터쇼 중 하나였다. 특히 유럽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는 주요 모터쇼로 꼽혀왔다.

하지만 제네바 모터쇼 주최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관심 부족, 대체재로 떠오른 중국 ‘베이징 모터쇼’와의 경쟁, 그리고 ICT와 모빌리티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CES에 참가하여 전기차를 선보이며 경쟁하고 있다.


서울, 아트테크 열풍 일으킨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

지난해 ‘키아프 서울(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전시회에는 각각 8만 명, 7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2022년 프리즈 서울 개최로 국내 미술 시장 규모는 1조 원대를 돌파했으며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제 ‘프리즈 서울’은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을 위협할 정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향후 영국과 홍콩에 어깨를 견줄 만큼 한국 미술 시장의 국제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이들은 미술품을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본다. 또한 미술관은 입장료가 비교적 저렴하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일상 사진을 올리기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멋진 배경을 제공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미술 전시장은 영화관을 제치고 ‘데이트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말, 인스타그램에서 ‘미술관데이트’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트는 74,000여 건에 달했다. 또한 저성장 시대의 투자 대체재로서 아트테크 열풍의 주역도 이들 MZ세대다. 역사적으로 거장들이 출현한 미술의 중심지는 언제나 경제 시장의 중심지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도시들, 17세기의 네덜란드, 18세기에서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 그리고 20세기 중반부터 뉴욕과 런던이 그 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영화와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이른바 순수 예술에서도 세계를 주도할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미술 전시회의 발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난 6월에 성황리에 개최된 ‘화랑미술제 in 수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제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출처 수원컨벤션센터


부산, 코마린 전시회와 G-STAR 개최로 지역 산업 육성 활성화

전시회는 국가와 지역의 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산은 해양 산업의 중심지로서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해양산업적 기반을 바탕으로 부산은 2001년부터 격년제로 선박, 조선, 각종 장비 등을 전시하는 ‘코마린 전시회(KORMARINE, 이하 코마린)’를 개최하고 있다.

코마린은 꾸준히 성장해 현재 세계 5대 조선해양기자재 전시회로 자리매김했으며, 해양산업 중심도시로서의 부산 브랜딩,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시연 경연의 장, 그리고 국내 조선사들과 바이어들과의 거래 성사 등 산업적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양산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2009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인 ‘G-STAR’를 유치했다. G-STAR는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게이머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할 세계 4대 게임쇼로 평가받고 있다. G-STAR는 부산을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으며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부산 게임 기업의 수는 5배,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G-STAR가 부산 게임산업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동안, 부산은 게임산업의 확대·발전을 위해 게임융복합스페이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글로벌게임센터는 오랜 기간 수많은 개발사의 성공 사례를 이끌어 냈다.


대규모 전시회, 국가의 산업 성장을 이끄는 촉매제이자 나침반

이처럼 대규모 전시회는 비즈니스 창출 및 무역 진흥의 효과뿐 아니라 지식 공유, 네트워크 확장, 트렌드 및 이슈 선점 등 산업적 플랫폼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국가와 지역의 연관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뿐 아니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기업과 국가의 역할을 재확인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그렇기에 산업의 거울이자 나침반인 전시회에 오늘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지식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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